"휴대폰만 있으면 신용불량자도 누구나 50만 원 즉시 지급."
인터넷 검색창이나 SNS 피드를 조금만 내려도 흔히 마주치는 광고 문구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든 사회초년생, 무직자, 자영업자들에게 복잡한 서류나 신용 심사 없이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이용해 당장 현금을 쥐여준다는 사설 업체들의 홍보는 절박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간편해 보이는 ‘소액결제 현금화 대행’의 이면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살인적인 수수료와 개인정보 유출, 통신 요금 연체라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숨어 있다. 소액결제 업체의 구조적 실체와 그에 따르는 법적·재정적 리스크를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휴대폰 소액결제 대행업체의 기본 영업 방식은 이용자의 결제 한도를 활용해 환금성이 높은 모바일 상품권, 게임 머니, 모바일 콘텐츠 등을 결제하게 만든 뒤, 이를 매입해 차액을 현금으로 송금해 주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차감되는 ‘수수료’의 규모다.
대부분의 업체는 거래 수수료 명목으로 결제액의 15%에서 많게는 30% 이상을 공제한다. 예컨대 50만 원을 결제하면 이용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35만~42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단순한 서비스 이용료처럼 보이지만, 이를 한 달 뒤 돌아오는 통신 요금 납부 기한과 결부해 연이율로 환산하면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살인적인 폭리가 된다. 며칠 쓰지도 못할 소액의 현금을 얻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초고금리 사채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거래는 결제일이 돌아오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파국으로 이어진다. 다음 달 통신비 고지서에는 수수료 차감 전 금액인 50만 원 원금 전액이 청구된다. 당장 30~40만 원의 현금이 없어서 결제를 진행했던 채무자가 다음 달에 50만 원의 통신비를 온전히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요금 미납이 발생하고, 통신사 발신 정지와 직권 해지로 이어지며, 보증보험사 채권 추심 및 신용점수 폭락이라는 금융 채무불이행(신용불량)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법성 및 2차 범죄 노출 위험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2조는 통신과금서비스를 이용해 물품의 구매·이용을 가장해 자금을 융통하거나 이를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등록 업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에 가담한 이용자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비대면 거래 특성을 악용한 사기 피해도 빈번하다. 정식 사업자 등록도 없는 유령 업체에 소액결제 승인 번호나 핀 번호를 넘겨주었더니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는 ‘먹튀’ 사기부터, 결제 과정에서 탈취한 주민등록번호와 본인인증 정보를 대포폰 개통이나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도용하는 2차 피해까지 잇따르고 있다.
소액결제 한도는 공짜로 주어지는 비상금 계좌가 아니라, 내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잡힌 ‘단기 외상’일 뿐이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면 불법 현금화 업체를 찾을 것이 아니라,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대출이나 지자체 긴급생계지원금 등 공적 금융 안전망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평소 통신사 앱을 통해 소액결제 한도를 최소화하거나 차단해 두어 순간의 충동적인 이용을 원천 봉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눈앞의 갈증을 풀기 위해 바닷물을 들이켜는 선택은 파멸을 앞당길 뿐이다.